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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베트남에 갔다

20231216 같이 걷기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어? 뭐가 온다고?"
내가 따로 시킨 택배는 아직 인도에 있고, 김치는 돌아와도 다른 택배사로 와야 하는데, 의외의 문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저건 내 SNS에서 주로 사용하는 닉이다. 누가 내 등신대라도 보내나...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약간 두려워하며 이 문자를 SNS에 올렸는데, 비슷한 문자를 받은 어떤 분께서 자신의 소포를 뜯고는 사진을 찍어 보내셨다. 평산책방 책친구 선물인 2024년 탁상달력과 예쁜 엽서, 회원카드였다. 참, 책방지기님 덕에 심장이 벌써 다른 의미로 두 번이나 쿵쾅거리네 ㅋㅋ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것도 도착!

내 평생 닉이 쓰여 있는 회원증은 처음 받아 본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생긴 문재인 굿즈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ㅋㅋ 올해는 평산책방에 갈 기회가 없었는데, 내년엔 꼭 가야겠다.

다시 겨울이 되었다. 바깥 온도는 이미 영하고, 바람도 오지게 불고 있다. 아파트 관리실에선 "계량기 고장 나면 세대 책임"이런 방송을 하고 있다. 사실은 낮에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너무 추울 때 나가면 어지럼증이 다시 올까 봐, 집에 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엄마가 주신 곰탕은 다 먹었지만, 나에겐 신랑이 남기고 간 추어탕이 있다.

추어탕은 남원 현식당에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게 만든 레트로 식품이지만 시래기가 가득 들어서 또 엄청 맛있다. 그 추어탕을 먹기 위해 밥을 했다. 국물에 밥을 한 스푼 말아먹으니까 몸도 뜨시다.

밥도 다 먹었으니, 커피 타임을 갖겠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사 온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한정 캡슐. 디저트는 플러밍 티그레와 까눌레 러스크.

달랏은 베트남의 커피와 차의 주요 산지이다. 그래서 원두커피나 잎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커피도구나 다구도 마찬가지다. 나는 커피보다 차를 좋아하는데, 커피핀이야 베트남에서 가벼워서 휴대하기도 쉽고, 구입할 수도 있지만, 다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서 휴대용 다기도 가져갈 생각이다. 그런데 잔은 깨질 수도 있어서, 혹시 신랑에게 마트에 잔을 파는지 보고 오라고 부탁을 했고, 신랑이 또 그걸 보고 왔다.

역시나 잔도 팔고 다기세트도 팔고 있다. 도자기 다구도 좋지만, 왠지 가벼워 보이는 나무 다구도 땡긴다. 저런 물건은 분명 달랏에서도 팔 것이라, 달랏 가는 첫날 고달랏에 가서 구입해야지.  

신랑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하이퐁 캇비 공항까지 가는 길이다. 걸으면 한 시간보다 좀 더 걸리지만, 그래도 일직선인 거리에, 괜히 저 거리 신랑이랑 같이 걸으면서, 배고프면 식당도 가고, 커피숍에 쉬어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이퐁은 하노이를 통하는 항구도시라 젊은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대기업들의 공장이 들어선 곳이라 크게 낭만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곧게 뻗은 길을 보니까 낭만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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