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서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
택시투어가 끝났다. 숙소에 짐을 놓고, 조금 쉬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떠나는 우리는 숙소에서 공항까지 갈 택시를 예약해야 했다. 딱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정말 조금 쉬고 밖으로 나왔다. 반쎄오와 넴루이를 먹기 위해 지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내가 이미 길을 지나쳤다고 뜨는 거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쪽으로 다가갔는데, 좁은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갔더니 식당이 보인다. 우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자 사장님께서 "찾는 식당 이름이 뭐냐?"라고 물으신다. 그 식당 사장님이시구나!
넴루이는 월남쌈이고, 반쎄오는 강황가루로 만든 부침개다. 저 라이스페이퍼에 고기나 반쎄오를 잘라 채소랑 같이 먹는데, 이런 거 보면 "쌈요리"가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채소와 고기를 쌈으로 먹는 건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마찬가지다. 광주에도 상추튀김이 있으니, 반쎄오를 싸 먹는 것도 비슷하려나.
식사를 든든하게 하고, '고! 달랏'에 간다. 고! 마트는 원래 빅씨였는데, 이름이 바뀌었고, 사실 베트남에 있는 어떤 마트보다 물건도 많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선물 사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나는 하이퐁에서 약 2주간 체류할 거라, 베트남 마트를 구경하러 왔다. 달랏에서만 파는 것으로 보이면 쇼핑도 하고.
마트가 거기서 거기고, 특별한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현지 마트는 재미난 법이다. 특히 그 재미가 내 상황에 딱 적중했을 땐 더더욱.
생리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잔혈이 나오고 있었다. 근데 신랑이 박하향 생리대를 사러 가자고 한다. 박하향만 있는 게 아니라 라임박하향, 비타민E, 카모마일, 별 게 다 있다. 계산을 하자마자 바로 착용했다. 그러자 그 부분이 시원하다. 그날 생리대를 착용하면 정말로 찝찝한데, 사실상 1년 365일 여름인 베트남에서 여성들이 받을 찝찝함은 장난이 아닐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발명품도 나오는 거지.
생리 끝물임에도 개운한 마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번엔 쓰언흐엉 호수를 따라 걸었다. 사실상 달랏 여행의 중심지인데, 나는 이곳을 이렇게 걸어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날 밤이라도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
숙소에 가기 직전 나는 너무 지쳤다. 그리고 신랑도 지쳤는지, 카페에서라도 쉬란다. 그래서 숙소 근처에 있고,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An Cafe에 갔다. 들고 간 현금이 없고 몸도 지친 상태라 힘들게 주문한 커피를 쪽쪽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카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카페 아래층에서 공연을 하는데 보러 오란다.
일찍 자야 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보러 간다고 했다.
조금 멍하니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사실 베트남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이런 달랏의 밤도 꽤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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