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쌩하고 분다. 눈이 제법 내려 설산이 되었는데도, 눈앞에 산이 있어서 그런지, 바람은 꽤나 매서웠다.
그 매서운 바람에도 우리에게 고생했다며, 사과를 내미시는 분이 있었다. 물론 사과와 냉이가 떨이로 남았으니 사라는 거였지만. 엄마는 그전에 이미 사과 한 봉지를 사셨기 때문에, 나는 약간 민망해하며 웃었다.
노점을 뒤로한 길은 이미 눈을 치운 상태였다. 아빠가 아이젠을 안 꺼낸 게 다행이라고 하고, 그래도 스틱을 사용하라며 나와 동생에게 주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틱을 잡고 등산(?)을 해본다.
눈이 와서 제법 추운데도, 길 옆 냇가에선 물이 콸콸콸 쏟아진다. 꽤 많은 물의 양에 놀라며, 산과 나무, 눈이 만들어낸 풍경에 감탄하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니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배경 중 하나인 주산지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했나, 저수지에 가득 찬 물을 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물속에 뿌리를 내리며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도 경이로웠다.
나는 영화도 좋아하지 않고, 김기덕 감독의 작품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하나 밖에 보질 않았다. 사실 난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것도 궁금하지 않았다. 뭐, 풍경은 예뻤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예쁜 배경보다는 내용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다시 아빠와 드라마 <겨울연가> 때 했던 논쟁을 시작했다.
아빠는 배경 감상이 내용보다 우선인 사람이다.
소노벨에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싸 온 차를 내려 까까와 함께 먹고, 온천에 다녀왔다. 얼마 만에 온천인지 모르겠다. 나는 목욕탕도 꺼려하니까.
그래도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마사지를 받는 건 개운하다. 이 걸 3일 동안 하진 않을 거지만.
점심도 꽤 많이 먹었고 디저트까지 먹었지만, 배가 조금 허해 1층 식당에도 지하 슈퍼에도 다녀왔지만, 마땅히 당기는 게 없어서 그냥 돌아왔더니, 엄마가 고기를 구워주셨다.
야식으로 고기라니!!! 신난다!!
그래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넷 모두 내일 저녁은 잘 챙겨 먹자고 했다.
적당히 배도 부르고, 몸도 풀어져서,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베트남에 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222~20240223 청송 여행 시작 (0) | 2024.02.27 |
---|---|
20240218~20240220 신랑이 다시 베트남에 갔다. (0) | 2024.02.21 |
20240203 그가 돌아왔다. (2) | 2024.02.05 |
20240202 마지막날 (0) | 2024.02.04 |
20240201 호찌민 (0) | 2024.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