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4 남겨진 사람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몇 주 전부터 정주행을 시작했던 드라마의 마지막화를 시청했다. 이미 결말은 알고 있었지만, 몇 가지 궁금했던 장면이 있어서 결국 보고야 말았다.
여주가 죽었다. 여주가 죽은 후 남주가 데이트 했던 장소를 돌아보며 여주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니까 남겨진다는 의미를 떠오르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당연히 연락을 주고 받기가 어려웠다. 베트남 핸드폰 유심도 사야하고, 베트남 인터넷은 한국보다 많이 느렸다. 신랑과 연락이 닿은 건 오후에 잠깐이었고, 밤에 식사할 때 잠깐이었다.
이미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없나 조금 불안했으며 답답했다. 그리고 이 답답함은 2021년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진짜 내 옆지기가 돼서 그런 걸까?
이런 기분 때문에 평소와 달리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났나보다.
화요일은 아파트 전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신랑이 거의 도맡아 했었고, 나도 종종 함께 버리러 갔는데, 신랑이 없다고 그냥 둘 수는 없었다. 특히 부피가 어마무시한 종이 쓰레기는 빨리 버려야 한다.
하아~ 상자는 왜 이리 많고, 플라스틱은 누가 이렇게 버린 거냐. 이제 앞으로 집에 택배와 배달음식은 금지다, 금지!!!
쓰레기를 버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배에서 살살 요동을 친다. 시간이 늦었으니 라면이나 끓일까하다가, 신랑이 없는 첫 날을 인스턴트로 때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베트남에 놀러가기 전까지 나는 냉장고 파먹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오늘은 베이컨을 먹기로 하고, 내일은 두부김치를 하겠다. 내일 모레도 뭔가 할 것이다.
그리고 차도 열심히 마셔야지.
신랑과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드라마를 본 얘기도 했다. 내가 평소와 다르게 울었다고 하니까 이런다.
"먼저 간 사람이 나쁜 걸로 하자."
아, 그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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