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베트남에 갔다

20231205 연말의 기억

해질녘라떼 2023. 12. 7. 03:09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소포가 온다는 문자를 받았다. 근데 왜 친정 주소가 찍혀 있는 걸까? 그런데 왜 동네 물류센터로 찍혀 있는 걸까? 알쏭달쏭했지만,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소포를 보니, 나도 김치통에 차곡차곡 김치를 쌓아두고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김치 상자 상태가 안 좋았다 등의 상황을 말하고 나서, 무김치 이야기를 드리니까, "우리 무김치 안 보냈는데?"라고 하신다.

응?

송장도 맞게 찍혔는데, 김치 내용물이 바뀐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턱이 없지만, 어떤 일로 김치들이 있던 통이 부서졌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바뀐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어쨌든 원래 어머니의 김치를 되돌려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남의 김치를 먹는 건 더 찜찜한 상황이다.  오늘 분명히 정말 많은 상황이 있었는데, 저녁때 발생한 이 사건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종종 주소를 잘못 읽을 수는 있는데, 소포의 내용물이 바뀔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작년 말에는 여름에 발생한 누수로 거실 천장 공사를 하고 도배를 했는데, 이번엔 이런 일이 발생했다. 하아, 냉장고 파먹기도 시도하면서 냉장고 정리를 했는데, 이런 것마저도 순탄하다고 보고 내게 또 시련이 왔다.

그리고 애써 김치를 보내주신 시어머니와 자신의 어머니의 김치가 어처구니없이 사라진 신랑도 짜증 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어이가 없네. 허, 참!

내가 생김치랑 먹을 김밥도 사놓았는데, 입맛과 열정도 똑 떨어져 버렸다.



사실 해외여행은 정말 오랜만인데, 유학할 때 옆나라를 가는 것도 유럽거주인으로 가는 느낌이라 해외여행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베트남은 내 첫 동남아시아 여행지이기 때문에, 치안도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구글에 "베트남 소매치기"를 검색하니까, 베트남 정보를 찾다가 한 번도 발견 못한 이야기도 나온다. 읽고 나서 내린 결론은 매우 원론적이다.

돈은 분산해서 보관, 복대 착용, 중요한 물건은 내가 챙길 수 있는 공간에 두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크로스백과 복대를 사야겠다. 여권 사본도 복사해 두고, 사진은 어디 있더라?


내 문제는 뭔가 정보를 찾기 시작하면 주어진 정보에 만족하거나 현지에서 얻을 수 있을 정보를 기다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보를 취합하는 시간도 많이 들고 신경도 많이 쓴다. 지금 읽고 있는 "베트남 한 접시"란 책도 재작년에 신랑이 베트남에 출장 갈 때 산 책이다. 내가 여행을 가지 않는데도 호기심에 산 책.

처음 읽었을 땐 이런 먹거리가 있다는 정도에 그쳤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베트남 중남부 음식과 북부 음식을 나눠서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을 정성과 열정은 없지만, 해당 지역의 토속 음식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퐁에선 베트남스럽다고 생각하는 걸 먹기로 했으니까.

하아, 근데 진짜 잠 못 드는 밤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