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베트남에 갔다

20231212 휴가는 냈는데

해질녘라떼 2023. 12. 14. 02:19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일어나니까 신랑에게 텔레그램이 와 있었다. 12월 22일 휴가를 얻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보자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갑자기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돼버렸다.

신랑이 비행기표 끊었다고 보여주면 그때부터 와이너리 투어도 끊고, 엉성하게 짜두고 있었던 2일 차 동선도 조금 세세하게 짜볼 생각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신랑이 언제 달랏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계획이 바뀐다.

근데 신랑이 숙소로 돌아오고, 나랑 통화를 하는데, 내 체류 기간만 물어보고, 비행기표 얘기를 안 한다. 그래서 비행기표를 끊었냐고 물으니까, 내 베트남 유심 신청하느라 못했단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천하태평하지?

물론 21일 장기(?) 여행을 하는데, 유심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중요한 건 그의 달랏 도착이다. 그런데 그는 내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른다. 하아~ 짜증 나.

그래도 어쨌든 비행기표를 안 끊진 않을 거니까, 그래도 짜증 나는 마음에 세부 일정도 정하고, 필수로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 버렸다.

근데 호텔에서 현금으로만 받겠다네. 실제로 7만 얼마 하는 돈이지만, 140만 동에 가까운 숫자를 보고 있으니까, 숫자만 보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사실 2일 차부터는 신랑과 합류하니 동에 여유가 있기도 하고, 부족하면 atm에서 돈을 뽑아도 된다. 그런데 호텔 같은 곳에서 현금으로만 계산하는 건 그래도 좀... 뭐 어쩌겠냐. 24시간 오픈 프런트를 원한 건 나였다.

오래간만에 울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화분에 물까지 주니까 조금 피곤해져서 밥 하기가 귀찮아졌다. 사 먹을까 하다가 집에 두부가 있고, 신김치가 있어서 두부김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도 땡겨서 감자전도 몇 개 구웠다.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남겼다. 이렇게 남긴 건 내일 먹어도 된다.

원래 영상보단 글이 편한데, 그래도 종종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오늘도 수많은 달랏 영상 중에 하나를 보는데, 달랏 야시장에서 돼지고기스튜에 찍어먹는 반미집(반미시우마이)에 관련한 내용이었다. 그러다 캡처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이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였던 사람의 유세용 재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랑한테 이걸 보여주니까, 여기 갈 수 있냐고 묻는다.

어쩔 수 없다, 그와 나는 민주당원이다.

독일은 독일국적 미소지한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정당에 가입할 권리를 준다. 한국은 이와 반대로 몇 년 이상 체류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보장하지만, 정당에 가입은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당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베트남에서 당명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반갑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도 반미 먹고 싶다.
비엣뜨반미라도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