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3 신랑 쇼핑기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신랑이 주말 출근을 한다. 내가 있을 땐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이유로 주말엔 출근을 피할 명목이 있었는데, 이제 그 핑계가 통하지 않는단다. 불쌍한 자기이지만 나는 이 와중에도 심부름을 시킨다.
"쇼핑하고 오렴!"
그런데 내가 원래 가라고 했던 쇼핑몰 말고, 회사 동료 숙소 근처에도 쇼핑몰이 있는데, 그곳에도 다녀오겠단다. 신랑이 '이벤트 고수'가 되어가네. 세상에! ㅋㅋ
하이퐁 쉐라톤 근처에는 빈컴플라자가 있고, 그 안엔 윈마트(Win mart)가 있다. 원래 이름은 Vin mart로 빈그룹의 계열사였는데, 빈그룹이 스마트폰회사인 "빈스마트"와 전기자동차 회사인 "빈패스트"를 만들면서 빈마트를 베트남 식품기업 마산기업에 합병형태로 매각한다. 그래서 이후로 이름이 Win mart로 바뀌었고, 사실상 베트남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도 길거리에 있는 건 동네 마켓 정도지만 빈컴플라자 안에 있는 Win mart는 SSM정도 급이다.
(Win Mart 관련 기사 👉 https://www.aseanexpress.co.kr/mobile/article.html?no=2851)
사실 하이퐁에 있을 때도 다른 빈컴플라자는 가봤는데, 쉐라톤 근처 빈컴플라자는 못 가봐서 궁금했다.
일단 가자마자 차 코너로 간 신랑.
사실 마트마다 구비하고 있는 차의 종류는 비슷한데, 그래도 조금씩 다르고 가격도 달라서,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는 있다. 신랑은 내가 사달라는 몇 개를 집어 온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는 이온몰. 스펠링이 Aeon이라 종종 '애옹몰'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지은 거다. 살 때마다 일본에 돈을 쥐어주는 느낌이라 좀 별로긴 한데, 뭐 베트남 업체들도 입점해 있으니까.
나는 돌아올 때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이용했고, 공항면세점에서 망고스틴 펑리수를 구입했는데, 그때 두리안 펑리수도 있던 걸 봐서, 신랑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수입품이 비교적 많은 애옹몰에는 두리안 펑리수가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있다.
그리고 오기 전에 봤던 푹롱 리치티를 찾아봤는데, 애옹몰에는 리치티가 없었다. 반까오엔 확실히 있지만, 신랑이 지쳤단다. 그럼 쉬어야지.
달랏에 간 날 랑팜스토어에 들려서 포멜로말랑이를 사 먹었는데, 시고 쫄깃한 게 내 취향이라 몇 개 사 왔는데, 선물 줄 것도 고려하고 나니, 내가 먹고 있는 거 하나만 남아서 몇 개 더 사 와 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신랑이 비를 맞았단다. 베트남에 있을 때 비 맞은 건 의외로 잠깐이었는데, 요새 베트남에 비가 좀 내리나 보다. 거기 비도 깨끗하지 않을 텐데, 괜히 걱정된다.
저녁으로 시킨 치킨을 보여줬는데, 치킨 양이 많다고 한다. 여기 치킨이 좀 풍족한 편이긴 하지만, 베트남 치킨에 비해서는 정말 양이 적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 사람들은 그리 크지 않은데, 동물들 크기는 굉장히 컸다. 동물들이 길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바나나, 망고, 코코넛을 따먹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그때 마주친 동물들이 생각난다.
신랑은 오늘 K형&K언니 부부랑 식사를 한단다. 신랑과 K형은 학교 선후배이자 직장동료인데, 나는 어쩌다 회식에 껴서 K형과 먼저 알게 되고, 그의 와이프인 K언니랑은 하이퐁에서 처음 만났다. 하이퐁에서 식사도 하고,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들도 조만간 귀국이라 신랑이랑 식사를 하나보다. 신랑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까 나도 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신랑 당분간 쓸쓸하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신랑을 기다리는 데, 신랑 핸드폰이 고장 나서 와이파이가 안 된단다.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근데 그제야 부부단톡방을 확인했는데, 신랑이 K언니와 푹롱 카페인듯한 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신랑 따라서 본인도 사 봤다는 톡도 올리셨다.
아니 ㅋㅋㅋㅋ 귀엽네 ㅋㅋㅋㅋ 근데 기어코 간 거야?
와이파이가 안 되는 상황이라, 심각한데, 이 상황은 또 너무 귀엽고 웃긴 거다. 본인은 미션을 완료했다며, 나는 뭐 할 거냐고 묻는다. 그리고는 페이스톡을 하고 일과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