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베트남에 있다

20231227 박물관 가는 길

해질녘라떼 2024. 2. 21. 16:55

부제: 베트남에서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



뿌연 하늘. 11층에 위치한 신랑의 방에선 베트남 하이퐁의 하늘이 보인다. 딱히 공장은 안 보이는데도 하노이로 가는 물류가 모이고, 한국 대기업의 공장이 돌아가고 있고, 길거리엔 오토바이가 매연을 뿜고 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건조한 공기 때문에 목과 코가 아픈데, 감기라도 걸릴 것 같다.

여하튼 밥을 먹고 오늘 일정을 달성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진짜 택시 타고 싶은데, "그 정도 거리는 걸어야지."라는 신랑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조만간 화를 세게 낼 것 같다.

뭐 그전에 밥 먹어야지.

숙소 근처 캇비플라자에도 졸리비가 있고, 백반집이 있다. 메뉴판은 있지만 먹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고, 멋지게 주문하기엔 내 베트남어 실력은....


그럼에도 백반집에서 밥을 먹고 커피하우스라는 체인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여기 커피에도 하이랜드처럼 까만 커피젤리가 있네.

밥값 3만 동(한화로 1500원), 아메리카노 한 잔 5만 5 천동(한화로 2700원), 물론 카페 쓰어다 같은 베트남 전통커피를 마시면 더 저렴하지만, 베트남 국민들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서 커피 맛이 씁쓸해졌다.

물론 나 같은 관광객이나 단기체류자들은 "당분간 한국 커피숍 어떻게 가지?" 이런 한가한 소리만 하겠지만. 그리고 재료 있으면 만들 수 있냐며 쇼핑 계획이나 짜겠지만.


박물관에 가려고 하는데, 혼잡하고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없는 길에 한숨을 쉬었다. 뭐,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니까. 하지만 길거리 구경은 꽤나 즐겁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가게 문을 열고, 브레이크 타임이라도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택시나 쎄움기사들은 외국인들이 보이면 호객행위를 한다. 정말 부지런하다.

반면에 관공서 주변은 한가하다. 길을 가득 메우던 오토바이도사람도 별로 없고, 한가해 보이는 공원도 있으며, 군인이나 공무원들의 제복은 그들이 이 사회의 특권층이라는 걸 보여준다.

참, 한눈에 들어오는 극명한 차이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