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2~20240223 청송 여행 시작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조금 늦은 아침에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연락을 부탁했기 때문에 걸려 온 전화.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나하고 통화하기 직전에 집주인과 통화를 했는지, 집주인 측의 이야기를 먼저 하신다.
한 집에서 오래 사는 일, 한 집을 떠나는 일, 모두 쉽지는 않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해결의 순간은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 나는 다음날 가족들과 청송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친정으로 간다. 사실 그전에 블루스카이 친구들에게 줄 차부터 보내기 위해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도 오늘따라 대량의 소포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고, 오늘따라 버스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집엔 잘 도착했다.
엄마는 내게 줄 김밥을 싸신다고 했고, 나는 호들갑을 떨며, 우리 내일 도시락 먹냐고 말하자, 엄마의 손이 바빠졌다. 난 불효녀다 ㅋㅋ
아빠는 오늘따라 조금 늦게 들어오셨는데, 여행 가서 못 할 공부를 더 하고 오셨단다. 그리고 당신께서 쓰신 여행 계획표를 보여주신다. 나도 참 여행 계획 짜는 거 좋아하는데, A4용지에 정갈하게 쓰인 계획과 맛집 리스트를 보니까 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약간 즉흥적으로 맛집을 찾는 편인데, 아빠는 동선까지 생각하고 계신다. 아빠의 계획과 실행력에 비해 내 여행 스타일은 무질서하다.
일단 동생 2를 픽업하고, 청송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생 2를 본 게 지난 1월 아빠 생신 때였으니까 근 한 달만이다. 동생 2는 비교적 널널한 곳에서 일하게 됐다면서 꽤나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좋은 얼굴이다.
동생과 긴 대화를 하고 아주 잠깐 눈을 붙였는데, 청송의 서울여관식당이라는 곳에 왔다. 청송은 닭으로 만든 보양식이 유명한데, 이곳이 보양식 맛집이다. 능이백숙을 시키고 반찬이 들어왔는데, 오늘 만들었다면서 묵무침을 내온다. 꽉 찬 집에서 만든 도토리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돼지감자 샐러드도 맛있네.
얼마 지나지 않아 능이백숙이 나온다. 커다란 능이버섯과 닭이 나왔는데 양이 많다. 백숙이 초록빛에 가까운 이유는 녹두 때문이랬나. 사실 나는 능이버섯은 처음 먹는데, 질기지 않고 잘 뜯어지는 버섯이 혀에 닿자 부드러운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닭고기도 맛있고.
근데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남은 건 포장했는데, 양 많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신랑 이야기가 나온다. 꼼꼼하고 깨끗하게 잘 먹어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엄마가 사과 한 봉지를 사셨다. 청송이면 역시 사과가 아닌가. 숙소에도 사과자판기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확실히 사과 산지라 그런지, 좀 저렴한 것 같았다. 그래도 사과 가격이 너무 비싸다.
베트남에서 사과를 찾아 먹은 게 나다;; 열대과일도 먹을 시간도 부족했는데.
식당 바로 앞에 그 유명한 달기약수터가 있어서 탄산수(?) 혹은 고로쇠 물을 들이켰다. 혀에 닿는 쇠맛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것도 청송의 맛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