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아침에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당신께서 일하시는 공장 근처 택배사에 반품요청을 넣었으니, 김장봉투를 사서 김치를 넣어 놓으라 신다.
반품요청을 해서 어머니 김치를 돌려받는 게 최선이지만, 아니더라도 며느리 고생은 안 시키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다. 역시 나는 운이 좋다.
그와 별개로 김치를 다시 봉투 안으로 옮기고 있다 보니까,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친정과 시댁 김치를 무사히 받기 위해 열심히 바둥바둥 요리를 하면서 냉장고를 비웠는데, 너무 날벼락 맞은 듯한 일이 발생해서.
내 소포의 내용물이 바뀔 거라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이미 일이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결론이 날 일이라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냉장고를 볼 때마다 누군가 잔잔한 호수에 던진 조약돌로 문제비를 뜬 듯 어제의 사건이 떠오른다.
신랑은 신랑네 회사 사장의 베트남 체류 마지막 밤이라 회식을 한다고 한다. 고깃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차림새가 한국식이라, 귀국 하루 앞두고 무슨 한국 식당을 가나 싶었는데, 신랑 말로는 원래 베트남식 고깃집인데, 한국화 된 거 아닌가 싶단다.
나 독일에서 유학할 때, 학교 지하철역 승강장에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분식집이 있었다. 처음에는 김밥, 컵라면, 잡채 같은 걸 팔았는데, 언제부턴가 Wok요리를 팔기 시작하더라. 아니, 왜 그런 걸 파냐고 했더니, 독일 학생들이 요구했단다. 경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이 고깃집에 들리면서 요구했던 것들이 있을 거고, 그런 것들이 반영되면서 퓨전요리가 탄생~한 것 같은데, 하아, 이거 좋은 일 맞나?
조금 짜증이 나긴 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회식은 일찍 끝났는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베트남은 10시)에 전화를 걸었는데, 주변이 조용하다. 그래서 신랑에게 현재의 내 심정을 들려줬다. 당신을 베트남으로 보낸 당사자가 먼저 베트남에서 자기랑 알콩달콩 노는 거 보니까 사장이 얄밉다고 ㅋㅋㅋ 아씨, 신랑 보고 싶다고 ㅋㅋㅋㅋ
그러면서 하이퐁에서 자기랑 베트남스러운 무언가만 하더라도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도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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