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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베트남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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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3 주산지 그리고 온천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쌩하고 분다. 눈이 제법 내려 설산이 되었는데도, 눈앞에 산이 있어서 그런지, 바람은 꽤나 매서웠다. 그 매서운 바람에도 우리에게 고생했다며, 사과를 내미시는 분이 있었다. 물론 사과와 냉이가 떨이로 남았으니 사라는 거였지만. 엄마는 그전에 이미 사과 한 봉지를 사셨기 때문에, 나는 약간 민망해하며 웃었다. 노점을 뒤로한 길은 이미 눈을 치운 상태였다. 아빠가 아이젠을 안 꺼낸 게 다행이라고 하고, 그래도 스틱을 사용하라며 나와 동생에게 주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틱을 잡고 등산(?)을 해본다. 눈이 와서 제법 추운데도, 길 옆 냇가에선 물이 콸콸콸 쏟아진다. 꽤 많은 물의 양에 놀라며, 산과 나무, 눈이 만들어낸 풍경..
20240222~20240223 청송 여행 시작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조금 늦은 아침에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연락을 부탁했기 때문에 걸려 온 전화. 부동산 사장님께서는 나하고 통화하기 직전에 집주인과 통화를 했는지, 집주인 측의 이야기를 먼저 하신다. 한 집에서 오래 사는 일, 한 집을 떠나는 일, 모두 쉽지는 않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해결의 순간은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마침 나는 다음날 가족들과 청송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친정으로 간다. 사실 그전에 블루스카이 친구들에게 줄 차부터 보내기 위해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도 오늘따라 대량의 소포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고, 오늘따라 버스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집엔 잘 도착했다. 엄마는 내게 줄 김밥을 싸신다고 했고, 나는 호들갑을 떨며, ..
20240218~20240220 신랑이 다시 베트남에 갔다.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그는 일요일 오전 9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럼 오전 6시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신랑이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도록 내가 깨어 있기로 했다. 신랑을 새벽 세 시에 깨우고, 잠깐 자고 일어나, 신랑을 현관까지 배웅해 줬다. 내가 자는 동안 내 신랑은 집안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부지런하고 착하다. 신랑이 떠나고 나서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아서 깨어 있었다. 신랑이 도착했단 메시지를 보냈는데, 비자신청서 양식을 뽑을 곳을 못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신랑은 일단 출국심사부터 받겠다고 해서, 부랴부랴 면세구역 내 프린트 가능한 곳을 찾아서 보내줬다. 그리고 동시에 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20240203 그가 돌아왔다.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그의 하이퐁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 첫날 함께 온 동료는 같이 못 오지만, 생일이라 생일 축하 인사는 하고 왔단다. 그리고 무사히 노이바이 공항으로 간다. 출국심사를 통과한 후, 면세점에서 내가 사 오라는 것까지 무사히 사 오고, 장장 4시간 반의 비행을 한다. 나는 빨래를 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그때쯤 신랑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텔레그램을 받았고, 저녁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샤워를 했다. 신랑이 나에게 오는 길. 신랑한테 가는 발걸음. 약속 장소쯤 오니까 그가 보인다. 무사히 오느라 수고했어. 사랑해, 자기야♡
20240202 마지막날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15일 후에 다시 베트남으로 와야 하지만, 마지막 퇴근에 기뻐하는 그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식사 사진을 보내긴 했지만, 느낌이 다르다. 아쉬움과 후련함,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다. 내일 그는 홀로 하노이행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서, 노이바이 공항에서 아시아나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손에 꼽던 재회를 기리는 마음도 좋겠지만, 현실적인 준비는 필요한 법이다. 그에게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리무진버스 시간표를 보내고는 저녁을 어떻게 할지 물었다. 그는 공항에서 먹는 건 별로라고 하면서, 동네나 집에서 먹자고 한다. 만약 그가 리무진버스를 타고 오면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일단 공항에는 안 나가기로 했다. 그럼 나는 그가 오기 전까지 그를 맞이..
20240201 호찌민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포인트 소멸했겠다." 신랑에겐 교*문고 포인트가 있었고, 그 포인트가 꽤 많았어서 소모를 하려고 했었다. 그중에 몇 권의 책을 리스트로 뽑았었는데, 그중 한 권이 호찌민 평전이었다. 하이퐁에서도, 수도인 하노이에서도 호찌민은 꽤나 숭상 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호찌민 묘역이 국회 앞에 있는 게 굉장히 불쾌했다. 그래서 호찌민이 박정희와 다른 점은 자식의 유무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호찌민은 화장을 원했고, 뼛가루를 베트남 전역에 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그 묘역은 호찌민의 후계자들이 세운 거라고 봐야 하는데, 그 점 때문에 호찌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책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보류했었는데, 이미 포인트는 사라져 버렸다 ..
20240131 물갈이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K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베트남에 귀국한 이후로 장염에 걸리셨다고 한다. 나도 한동안 설사를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언니는 나보다 더 아프신 것 같았다. 면역력 좀 키우시겠다고 나한테 영양제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셔서, 내가 먹고 있는 영양제와 내 노하우를 알려 드렸다. 베트남에서도 인후통으로 힘들었었는데, 약국약도 잘 안 들어서, 시험 삼아 생강차를 마셨더니 좀 괜찮아지다가 한국 올 때쯤엔 좋아졌다. 그러다 다시 한국에 와서 물갈이를 한 건데, K언니는 나보다 베트남에 오래 계셨으니까 아무래도 더 심하게 앓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환경이 바뀌면 몸은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니까. 언니와 통화를 한 후 아점을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월요일에..
20240130 설 연휴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결국 아침은 어제 산 g7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산미 없고, 로스팅을 진하게 한" 커피인 것 치고는 산미가 꽤나 느껴졌다. 아니면 오늘따라 내가 신맛에 민감해졌을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캐시딜로 주문한 한라봉을 열심히 먹고 있고, 단맛이 가득하다가도 어느새 신맛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윙크를 할 정도로 신맛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허용치나 선호도가 존재하는 것 같은데,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프나 시다모는 좋아하는데(시다모는 내 최애커피), 루왁의 신맛은 손이 쉽게 안 간다. 같은 이유로 게샤도 원두는 있는데 상대적으로 덜 마신다. 물론 과일의 신맛은 좋아한다. 신랑하고 갈 만한..
20240129 수출용? 내수용?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달랏에서 와인을 4병을 샀는데, 그중 샤또달랏은 하이퐁에서 마시고, 밀 와인은 내가 가지고 왔다. 그래서 샹그리아 두 병이 남았는데, 신랑의 캐리어가 작아서 1개밖에 못 가져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샹그리아가 각각 화이트, 레드와인이라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는 마셔 봤는데, 나는 레드보다 화이트를 더 좋아하지만, 레드는 못 마셔봤다. 그런데 나 이거 "Go!"에서 파는 거 본 것 같은데, 라며 Go! 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하아,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술도 실컷 마셔볼 걸, 후회된다. 사실 그러는 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의외로 여행을 같은 곳으로 다시 가는 건 쉽지 않은 거라, 될 수 있는 한 정말 많은 것을 해야 한..
20240128 해야 할 일 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신랑에게 "이제 일주일 후에 자기 본다"니까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난 정말 시간이 후딱 간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시간인데도 바라보는 관점이 왜 다르지? 오자마자 15일은 항상 같이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 기대치가 높아진 건가? 신랑이 오기 직전이니 재활용도 버려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 시간이야 얼마 안 걸리겠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가끔 귀찮기도 한 법이다. 어쩌면 15일 뒤에 다시 베트남으로 떠나야 해서,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실 신랑이 오기 일주일 남았다고 세기 시작한 건, 어제 받은 크로와상을 가지고 식단을 짜니까 깨닫게 된 거였다. 집에 계란이 한 개 있고, 토마토가 없어서, 아주 간단한 아침식사를 만들었다.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