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오늘 신랑이 베트남으로 출장을 갔다. 약 세 달, 다시 장기 출장이다. 사실 나와 재원이가 결혼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감"이었지만, 결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시 베트남으로 장기출장을 간다면 그전에 우리 둘의 관계를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23년 4월부터 신랑의 베트남 출장 소식이 들려왔다. 9월이 돼도 안 가길래 그러녀니 했는데, 기어코 비행기 티켓을 끊고 말았다.
2021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해외체류자 코로나 자가격리가 해제되면서, 재원이의 출장 날짜가 연장될 가능성도 적고, 그리고 내가 놀러 갈 수도 있다.
그래도 신랑은 서운한지 매일매일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서 슬퍼했지만.
결국 오늘이 와버렸고, 낮 두시 반 정도에 집을 나섰다. 이른 저녁을 같이 먹고, 동행하는 신랑 상사와 함께 출국심사대까지 들어가는 걸 보았다.
하지만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고, 공항 어디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공항에 왔다. 독일에서 귀국하고 공항에 얼씬도 한 적이 없으니, 거의 7년 만이다. 생각해 보면 인천공항은 항상 내가 떠나거나 내가 도착하는 곳이었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인천공항에 오면 떠날 생각에, 짐 부치느라 바빴지 여유롭게 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런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없었다.
시어머니께 전화도 드리고, SNS에서 외롭겠다는 친구들의 위로에 너스레도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신랑이 대형 보조배터리를 갖고 탔는데, 너무 출력량이 커서 안될 것 같다고 반송처리 하라고 했단다. 아, 나 괜히 남아 있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싶었다.
커피를 놓고 신랑이 있을 출국심사게이트 쪽을 향해 달렸다. 아까와 달리 한적한 공간에서 신랑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그와 다시 한 번 작별 인사를 나눴다.
다시 돌아와서 커피 한 잔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탔다. 사실 지하철을 탈까 했는데, 혼자 그 길을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고, 다들 앉아서 돌아가라고 해서.
신랑이 탄 비행기가 출발할 때쯤, 나도 공항을 벗어났다.
잘 다녀와,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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