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비가 온다. 안에서 비구경을 하는 건 좋지만,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야 한다. 결국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봐서 준비를 하고 나간다.
결국 엄마가 최근에 만든 더덕과 무말랭이는 조금이라도 가져가서 맛을 보기로 했고, 아침 일찍부터 엄마가 튀겨놓은 꿔바로우도 싸간다. 어제 입고 잔 옷도 가져가니, 짐이 한가득 쌓인다.
버스는 의외로 금방금방 왔는데, 너무 금방금방 와서, 잠깐 편의점에 들러서 산 삼각김밥도 먹을 시간이 없더라. 배고파서 기운도 없는데 가져온 종이백이 찢어져서, 안전하게 들고 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다행히 버스정류장과 집은 가까웠고, 비는 그쳤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고양시는 눈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 삼각김밥은 집에서 먹었다.
근데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신랑한테 연락이 없다. 또 통신도 안 되는 공간에서 야근을 하나보다. 사정은 알지만, 애타고 화나는 마음에 텔레그램으로 말을 건다. 그래도 말을 걸었을 땐 당분간 토요일에 회사에 나갈 일은 없을 거란다.
다행인데.... 하아, 진짜 어떻게 통신도 안 되는 환경에서 야근을 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 진짜로 갇히면 어떡하냐고!!
신랑도 회사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나도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는데도, 어제 부모님 집에 갔다 와서 그런지, 옆에 사람이 없다는 게 좀 쓸쓸하네.
그래도 다음 주엔 베트남에 있다. 그리고 하룻밤을 더 자면 신랑과 다시 싸우겠지만, 그래도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럼 재미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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