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공항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기다리려고 하자, 차가운 공기가 내 이마를 스쳐 지나간다. 그제야 추운 겨울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한국. 버스는 아무리 고양 시내를 지나간다고 해도, 도로는 한적하다. 원래 5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40분도 안돼서 도착한 것 같다.
능숙하게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짐칸 열어주세요"
라고 말하고, 짐도 꺼냈는데, 갑자기 머리가 차갑다. 아, 아까는 천장이 있는 실외였고, 지금은 차가운 겨울 바람을 쌩으로 맞고 있다. 겁이 나서 짐을 꼭 쥐고 부리나케 달렸다. 아, 인도 판판하고 오토바이 없어서 널널하니 좋구먼... 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었지만.
집에 돌아온다 생각하니까, 동파는 되지 않았을까, 초파리 더 생긴 거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 없는 동안 난장판 된 거 아냐라는 생각에 문열기 두려웠다.
그래도 집 상태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동파도 안되고, 소포는 잘 도착했으며, 초파리는 없고, 식물도 바질 빼고 거의 이상무이며....
샤워만 하고 옷만 빨래통에 넣고 잠들었다.
잠들었는데, 갑자기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연락이 와서 깼다. 의정보고서 받았느냐 등의 안부인사를 묻는 전화였는데, 사실 난 의정보고서를 안 봐도, 가끔은 매의 눈 혹은 흐린 눈으로 한준호 의원을 보고 있는지라.... 그래도 성의니까 내 사정을 말했다.
배가 고파서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
베트남에선 고기도, 해산물도, 과일도 풍부해서 한국 음식이 그립진 않았는데, 사실 중식과 국밥은 먹고 싶었다. 그런데 매일 2천원짜리 쌀국수나 먹고 다녔는데, 외식값을 감당하려니까 두려웠다.
그냥 밥 해먹었다.
내일 계란하고 구워 먹을 고기 정도는 사야할 것 같은데, 카레 재료를 살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동네친구인 오빠한테 연락이 와서 집으로 오라고 했다. 선물 줘야지.
여행하면서 의외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게 계피깔창이었다. 벌레 쫓기 용으로 써보라고 신랑이 준 거 였는데, 계피향 덕에 발냄새도 덜나서 좋더라. 그래서 오래 서서 일을 하는 지인들을 위해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개 사왔다.
그리고 이 오빠는 베트남에 다녀 온 경험이 있어, 어머니랑 같이 해먹으라고 쌀국수 양념 2종을 들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아빠랑 통화하고 또 다시 잠들고, 덕분에 아직도 눈이 말똥말똥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날이 따뜻하다니까 장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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