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베트남에 있는 그와 한국에 있는 그의 이야기
이번에 친정에 갈 땐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그리고 올 때는 당연히 가벼운 손으로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동생2가 회사동료에게 받은 폼클렌징을 하나 주고, 엄마도 하나 주시고, 큰고모 칠순잔치 답례품인 호두정과도 있고, 엄마에게 반찬과 남은 페스토와 케이크를 받았다. 다시 가방이 무겁다.
그래서 아침은 계란프라이만 해서 엄마가 주신 고구마줄기볶음과 파래무침을 먹었다. 괜히 집밥을 먹은 느낌이라 마음도 든든해졌다.
밥을 먹고, 얼마 전에 차를 교환하기로 한 블루스카이 친구(=블친)님에게 차를 보내기 위해 포장을 시작했다. 일단 개별포장된 티백을 먼저 챙기고, 잎차를 포장한다. 블친님이 요새 중국차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가장 좋아하는 차와 최근에 맛있게 마셨던 차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잔뜩 사 온 딜마 홍차까지 포장했다.
물론 그전에 차를 맛보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딜마 피치리치는 오렌지페코에서 추천받았는데, 추천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복숭아와 리치의 조화가 잘된 상큼하고 달콤한 차니까.
그리고 밖에 나간다. 나는 베트남에 고작 20일을 다녀왔을 뿐인데, 의외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엔 변화가 있었다. 민주당 현수막에 한준호 의원의 얼굴 대신 고양을지역위원회로 바뀐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동네에 Standard Pizza라는 곳이 있고, 그 맞은편엔 원래 Standard Caffee라는 곳이 있었다. 이미 피자는 먹어봤는데, 커피숍엔 가본 적이 없었다. 가려고 했어도 문을 닫거나 혹은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그래도 항상 신랑과 나는 이 두 가게의 관계를 궁금해했었다. 신랑과 마지막으로 근처를 지나갔을 때, 폐업을 한 줄 알았는데, 상호가 바뀌었다.
아! 딱히 설명이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 저 피자집에선 커피를 팔지 않을까?
우체국에서 택배를 보낸 후,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를 정리하는데, 냉장고에 있던 소스병이 낙하하면서 내 엄지발가락 위로 떨어졌다.
아, 발톱이 퍼렇게 변하고, 그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냉장고도 닫을 생각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소스병을 눕혀놓은 것도 나라 누굴 탓할 수도 없는데, 아픈 건 아픈 거라!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닌지 걸을 수는 있지만 아프다.
누워 있어도 낫는 것이 아니라서, 마저 할 일을 하고, 갑자기 애증이 되어버린 페스토를 가지고 스파게티를 했다. 모처럼 하는 것이니, 샐러드도 만들고, 마늘빵도 구웠다.
하루 더 숙성시킨 거라 마늘향이 물씬 나서 더 맛있다.
신랑에게 오늘 발가락을 다친 이야기를 하면서 칭얼댔다. 그는 내가 칭얼대면 오히려 더 냉정해지는 편이라, 이것저것 조언을 해준다. 진통제가 의외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도 아프면 울어도 되고, 약도 먹으란다. 대신 너무 많이 먹지는 말고.
그리고 신랑 말대로(?) 약 한 알만 먹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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